Design of aniture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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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

로고의 모습을 갖추기 위한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며 인상을 주기 쉬운 것은 글꼴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글꼴 모양은 크게 산세리프와 세리프로 나뉘는데, 산세리프—돋움꼴은 절제되며 각진 모양으로 강조용이나 객관적 사실 같은 뜻에서 적당하고, 세리프—명조꼴은 다음 문자로 넘어가기 쉽도록 글자꼴에 삐침이 있고, 따라서 그 흐름이 유연해 편안한 분위기를 주기 적당하다. 이런 차이를 염두에 두고, 아래를 살펴보자.

Helvetica Neue

가장 대표적인 산세리프 글꼴이며, 군더더기 없이 내용만을 전달하는 이 글꼴 모양에서 aniture가 가진 생각을 심기에는 그 모양에 틈이 없다.

Futura

산세리프에 속하며, 대표적인 모더니즘 글꼴이다. 기하학적인 모양을 갖추면서도 본문용으로도 쓰일 수 있도록 그 형태에서 조금은 유연하다. 조형에 신경을 쓰고 있다면 이것만큼 좋은 글꼴도 없지만, 사람과 가까운 가구 브랜드에선 이 글꼴보다는 인간적인 면모가 더 느껴지는 것이 좋겠다.

Rotis

디자인의 보편적 가치를 평생 탐구하던 디자이너 오틀 아이허가 말년에 유일하게 만든 글자가족 중 하나다. Rotis는 글자의 표현 방법이 기존의 활자에서 디지털로 넘어가고, 제한적인 공간에서 정보를 표시하기 익숙해진 시대가 옴에 따라 가독성을 최대한 끌어내고자 글자 폭을 좁게 하고 인지하기 편하게끔 속공간을 넓게 구성했는데, 아이허는 이런 글꼴이 더욱 다양한 상황에서 쓰일 수 있도록 세리프, 세미세리프, 세미산스, 산세리프로 총 네 개의 자족을 만들었다. 그의 디자인 정수가 느껴지는 글꼴이 Rotis SemiSans다. 읽기 자연스럽도록 유연한 모양으로 만든 Rotis Serif를 바탕으로 장식을 최대한 잘라낸 산세리프 모양으로 발전하는 과정 사이에 있는 것이 그것인데, Rotis가 가지는 기능적 목적을 지키면서도 세리프에서 산세리프를 녹여내면서 치밀하게 남겨둔 곡선은 이성과 감성 사이를 넘나드는,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라 할 만했다. 특히 Rotis의 형태적 배경이 가장 잘 나타나는 소문자 e로 마무리되고, 곡선과 직선이 가장 잘 어우러진 소문자 a로 시작하는 aniture는 Rotis가 이루려던 뜻과 극적일 정도로 알맞았다.

다음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그렇게 구성한 형태가 뜻을 얼마나 올바르게 담을 수 있으며, 그것을 사용하는 상황에 얼마큼 작용할 수 있을지였는데, 제품은 브랜드에 영향을 끼치고, 그 브랜드의 로고는 제품의 인상을 얼마큼 차지한다는 것과 그렇게 이루어지는 브랜드는 곧 통합적인 환경임을 상기해보자. aniture의 브랜드는 aniture가 탐구하려는 생활에서 원래 있던 것처럼 존재하면서도, 그 존재를 다시금 인지할 때 aniture가 주는 환경을 총체적으로 인지하고, 그것이 필수 불가결함을 느끼길 바랐다. 제품에서 브랜드를 인지할 공간이 충분하다면 글자로 이루어진 로고타입만으로도 인상을 주기 쉽지만, 그렇지 않을 때 시선을 이끄는 것은 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