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디자인

Studio CACTUS

2014. 9. 1. 23:32

13년 12월. 서울엔 사람이 많다. 서울에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각자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그 행복 속에서 내가 나와 남을 위해 해야할 것이 뭔지 찾을 수 있는 자유로운 장소. 그런 장소를 찾아야겠다 생각했다.

2011년부터 2년 동안 서울에 있는 조이플에서 여러 경험을 쌓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가도 가끔씩 혼자만의 생각을 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 그림도 그려보고, 글도 써보고, 남들의 시선 없이 자유로운, 내 가능성을 최대로 끌어모을 수 있는 곳. 자취방, 나만의 스튜디오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올해 2월 쯤 방을 잡고 조이플을 왔다갔다하며 연말까지 내 미래의 윤곽을 그리려 했었다. 그런데 준비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점점 늦춰지다 5월 말, 조이플이 여러 이유로 막을 내렸다.

상경을 못하고 1년 중 반이 지나갔다. 천안에 있는 집에서 내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봤다. 내가 흥미있어하는 것 중 뭘 하면서 내 행복을 누릴지.

많이 고민해보았지만 일단은 내가 일하며 배울 수 있는 곳을 찾기로 했다. 고민만 하다간 아무것도 못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었다. 가장 열정적이고 젊은 나이인데 무엇을 경험하든 그 경험 자체가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거라 믿었고 판교에 있는 스타트업에서 디자인을 하기로 결정하고 반년동안 기다리고 있던 방도 구하게 되었다.

6개월동안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었지만 계약과 이사하는 데까진 1주일도 안걸렸다. 생각보다 엄청 빨랐다. 그러면서 생각보다 좋은 곳에서 살게 되었다는 게 거부감이 들었다.

올해로 고등학교 3학년 나이다. 내 돈으로 월세와 생활비를 마련한다 해도 보증금같은 큰 돈은 나한테 쉽게 얻을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한동안 자괴감이 들었다. 이런 나이에 내가 그토록 바래왔던 집을 단기간에, 그것도 부모님의 손을 빌려 얻었다는 게 너무 죄송스러웠다.

이사를 하고 첫날은 이불과 옷, 책이나 잡다한 물건 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부모님 밑에서 자라왔던 내가 집에 있던 내 짐을 다 싸서 왔다는 게 한편으론 슬프기도 했다. 텅 빈 내가 살 곳을 보면서 내가 지나치게 왔나 싶었다. 내 행복을 바래서 왔다지만 나를 도와주신 부모님의 행복도 나와 같을까라는 생각만 여러번이었다. 이 집에서 내가 얻을 행복의 배가 부모님께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래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이곳이 단순히 생활하고 일하는 공간을 넘어서 행복을 위한 집이길 바랬다. 정서적 안정을 주고, 무의미하게 잊혀질지도 모르는 하루를 되살려주기를, 그런 기억에서 특별함을 느끼고 새로움을 발견할 기회를 주는 집이기를, 그런 행복에서 내가 해야할 것을 찾고 발전을 주는 집이기를. 행복을 위해 왔는데 집이 행복하지 않으면 배움이 깊게 와닿을 수 없다는 생각도 있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내 첫 행복한 집, 스튜디오가 탄생되었다.
어떻게 보면 나의 이상이 스며든 공간이 되었다.

이곳이 나에게 전달하는, 내가 이곳에서 사람들에게 전달되길 바랬던 이상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못해왔던 여러 일들을 경험해보려고 한다. 누워서 치킨도 먹어보고, 새벽이 돼서도 스피커를 틀며 음악을 듣고, 때때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할 때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놀러도 가보고, 매일매일이 특별하고 의미있는 행복한 집, 나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특별하고 행복하게, 꿈을 꾸게 만들어 주는 멋진 작품이 나오는 집, 스튜디오가 되는 마음으로.

studio CAC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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