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디자인

Deep in Mind

2014. 9. 4. 00:56

Deep in Mind

13. 5. 26.

일기장에는 수많은 기억이 담겨있다. 그날 썼던 연필의 굵기, 그 굵기로 쓴 글씨의 정성, 그걸 쓰면서 났던 방의 냄새, 쓰면서 내가 느꼈던 감정 하나하나가 종이 한 장에 담겨 있다. 그런 일기와 감정을 디지털로 기록, 표현해주는 일기 애플리케이션이다.

정확히는 SK Smarteen AppClub에 지원하려고 했는데 같이 나갈 팀이 없다가 아는 분 팀에 들어가면서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다. 일기를 좋음/나쁨으로 구별해 자신의 일기를 무슨 기분으로 썼는지 보여주는 앱이 초기 구상이었다. 대회용으로 앱을 만들고, 베타를 완성하고 발표를 했다. 대회용으로 낼 거란 생각에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때 정성이 덜 가서 그런지 이 앱으로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걸 만들면서 알지 못했다. 내가 이 앱을 위해서 뭘 하고 어떻게 쓸 건지, 어떤 감정일지 알고 싶었다.

디지털은 아날로그가 주는 다양한 감정들을 아날로그와 같이 표현할 수 없다고 느꼈다. 컴퓨터로 메모장에 쓴 일기는 뭘 해도 종이로 쓴 일기장만 못해 보였다. 시각적으로 보는 것 빼곤 그날 있었던 기억을 촉각이나 후각 등 다른 신체적 감각과 함께 표현해주지 못해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슨 감정이었고, 어디서 일기를 썼는지, 어느 정도의 속도로 글을 입력했는지, 글을 쓰면서 스마트폰을 어떻게 다뤘는지 글을 쓸 때 내가 기록했던, 혹은 그날 있었던 상황 그대로를 재현하고 다시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다른 일기 애플리케이션과는 다른 감정이란 부분을 살려 일기를 쓸 때 느낀, 잊혀질 수 있는 소중한 감정을 되살려주고 싶었다.

일기가 나오는 공간 뒤에 배경으로 나오는 부분이다. 자연스러운 감정은 자연의 느낌에서 나올 거라 생각했고 자연의 색을 배경에 입혀 일기를 쓸 때 편안하게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차례로 발표용 프리젠테이션, 발표용 시연 애니메이션

한가지 간과한 게 있었다. 자연의 느낌을 억지로 넣는다고 자연스러운 게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애매한 자연의 느낌은 감정을 싣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자연의 느낌은 완벽하게 스며드는 것이 아니면 어색하게만 보였다. 감성 일기장이 아니었다.
완벽하지 못했다. 일기를 쓰는 사람들이 우리가 제공해준 기능에 자연스럽게 융화돼 멋진 감정을 기록한 일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사용자의 요구를, 우리가 잡았던 주제를 잘못 해석했다. 미완성의 애플리케이션은 대회까지로 하고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고 만들기로 했다.

문제가 뭔지, 뭘 줘야 하는지, 우리가 주고자 하는 최종 메시지가 무엇인지 파악하려 했다.
일단 일기를 쓸 때의 감정을 담는 것을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고 그런 감정을 어떻게 기록하고 어떻게 보여줄 건지부터 알아보기로 했다.

감정 선택 뷰. 감정이 3단계로 구분화돼있어 자신이 느낀 감정의 깊이에 맞게 감정을 선택해 일기를 쓰면 나중에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사용자의 감정을 최대한 이끌어내게 하고, 감정을 바탕으로 일기를 쓰게 도와주고, 그 일기를 다시 보았을 때 감정을 되살릴 수 있는 일기 앱. 우리가 정한 앱의 정의다. 감정을 기록하고 느낄 수 있게 도와줘야 했다.
그래서 감정을 파악하려 했다. 우리가 겪고 있으면서도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을 찾아보고, 분석, 정리해보았다. 하지만 감정은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복잡한 것이었다. 여러 상황의 복합적인 결과가 감정이었다.
계속 찾아보고 연구했다. 새로 준비를 시작했던 1월부터 4개월 동안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줄 건지 도저히 갈피가 서지 않았다. 수많은 감정을 나열해서 선택하게 하자니 쓸 이유가 없고, 그렇다고 단순화하자니 감정의 구분이 되지 않았다. 결국엔 감정을 3단계로 세분화하고 우리가 사용해봐서 어떻게 가야 할 지 잡아가기로 했다. 이대로 가다간 프로젝트가 영원히 빛을 발하지 못할 거라 생각해서였다.

조금의 진전을 바랬지만 아무것도 나아간 건 없었다. 정확히는 각자의 시간이 있었고 팀이 서로 시간을 맞춰나가지 못한 이유였다. 시간을 맞춘다 해도 네 달 동안 진척이 없어서 방치와 비슷하게 고쳐나간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다.
잘못되어감을 느꼈다. 정말로 사람들이 자신이 있던 상황보다 쓸 때 느끼는 감정을 더 중요시하게 생각하는지.
일기 서비스면 일기를 쓰는 것 자체에 초점을 둬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감정을 이끌어내는 건 쓰는 사람의 몫이지 우리가 기능적으로 해결해주는 건 미미한 도움밖에 되지 않는 걸 이제야 알았다.

중요한 것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일기 자체의 본질에 다시 맞췄다.
일기는 자신이 있었던 상황과 감정을 기록하는 것이다. 일기를 쓸 때 일기장에 묻는 감정은 일기를 쓴 날의 상황에서 나온다. 우리가 감정을 새로 만들어주진 못한다. 감성적인 글을 쓸 공간이 마땅치 않았던 것은 일기장에 접근하기 어렵고 일기를 표현해주는 게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접근의 문제는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자연스레 해결되었다.

일기장은 그 기록을 표현하고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도구다. 디지털 일기장은 기록이 작성된다는 본질은 똑같지만 작성되는 질이 아날로그와는 다르다. 디지털 일기장이 표현할 수 없는 건 글을 작성하면서 일기장에 남겨진 것들이다. 그런 체취의 부재가 감정을 더 생생하게 느끼고 기억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애플리케이션이다. 감정을 이끌어내고 표현함에 있어서 우리는 기능적인 부분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일기를 쓰는 건 쓰는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되지, 앱으로 시작되진 않는다. 앱은 과정을 편리하게 도와주는 도구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디지털의 편리한 기능과 디지털에서 표현 가능한 아날로그 일기장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갈 것이다. 잡다한 기능이 있는 소프트웨어가 아닌, 사람을 위한 편리한, 기쁨을 주는 도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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