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디자인

KBEAT 명함

2016. 7. 3. 01:54

KBEAT 명함

16. 2. 29.
Joyfl Business Card-1 KBEAT Business Card-front Joyfl Business Card-2
KBEAT Business Card-back Iamschool Busincss Card

눈에 잘 띄는 것, 적당히 개성 있는 것, 은은하게 멋이 풍기는 것, 내용만 있는 것.

디자인에는 목적이 풍긴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여러 정보가 들어가 있으면서 꼭 그 장소처럼 자극적인 모양을 쓰는 명함은 그렇게라도 눈길을 끌어야 장사가 잘 되는 것일 테고, 다른 것과 비슷한 양식으로 꾸며진 명함은 인쇄업체에 정보만 주고 맡겨서 자신의 위치만 말해줘도 되는 것이다. 또 다르게 개성 있게만 보이는 명함은 디자이너가 자세한 배경 없이 꾸미는 것에 집중해 나온 단순한 결과인 것이 대부분이고, 아름다운 얼굴처럼 이상적인 비율을 가진 명함은 꼭 다른 문제를 잘 해결하고 사람을 헤아릴 방법을 알려줄 것만 같이 보인다. 물론 급한 사람에겐 명함의 모습이 어떻든 큰 영향은 없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는 사람에게 명함은 그곳을 알 수 있는 단면일 것이다.

백지에 선을 긋는다고 생각해보자. 백지에 선을 그리면 그릴수록 어떻게든 전보다 복잡해진다. 복잡한 것은 어떻게 구성하냐에 따라 익숙해 보일 수도 있고 그냥 복잡할 수도 있는데, 디자이너의 역할은 그런 많아질 선을 잘 생각해서 되도록 어울리게 긋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보통 디자이너가 하는 일이다. 다시 명함으로 돌아가면, 명함은 정보를 전보다 간단하면서 분명히 알려주기 위해 생겨났으니, 그 본 목적에 가장 충실해야 한다. 그곳만의 철학이 있어서 정보에 우위가 있고 그것을 꼭 강조해서 보여줘야 할 게 아니면, 글꼴과 크기를 달리하고 그에 맞는 레이아웃을 배치하고 꾸미는 건 꼭 필요하지도 않으며 어찌 보면 시간 낭비다. 백지에 선을 긋는 것으로 상상하면, 일단 뚜렷해 보이려고—또는 재밌거나 대부분 그렇게 하니 굵고 얇은 선을 이리저리 교차시키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꼭 필요한 것만 넣었는데 재미가 없고 따분한 건, 그 자체가 잘못되어서이기보다 아직 그런 경험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의 으뜸은 되도록 간단한 조건에서 최대의 감동을 일궈내는 것인데, 낭비 없이 감동을 주려면 먼저 있는 것부터 잘하고 기교를 부리면 된다. 이 명함엔 내용을 제외하곤 양쪽 여백과 서로 다른 세 개의 글꼴, 뒷면에 있는 로고가 전부다. 글꼴도 각각 다르게 보이려 바꾼 게 아니고, 꼭 필요했던 것들이다.

먼저 로마자와 숫자로 기틀을 잡았다. 디지털 돋움꼴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Helvetica Neue는 명성답게 글자에서 느껴지는 말이 없고 내용 전달에만 충실하다. 개성이 있거나 지저분할 수 있는 군더더기는 되도록 없앴기 때문인데, 구조라곤 여백밖에 없는 이 명함에서 그런 글꼴은 따분한 걸 더 따분하게 하기 완벽하다. 글꼴엔 역사가 있고 차츰 개선되어 가는데, 완벽하게 개선해 거의 수정할 게 없는 Helvetica의 바탕꼴이 Akzidenz Grotesk다. 이 글꼴은 투박하다. 특히 숫자 2와 7에서 그 불완전함이 드러나는데, 이런 살짝은 어수룩한 군더더기에서 나오는 감정으로 문장을 읽으면 마치 사람이 얘길 건네는 듯이 느껴진다.

KBEAT Business Card-front
Akzidenz Grotesk
KBEAT Business Card-front
Helvetica Neue

한글 글꼴의 발전 흐름대로 보면 초기엔 최정호와 최정순이 양대산맥을 이뤘다. 그중에서 최정호의 글꼴은 세련되고 미려한 편이라 산돌고딕네오 등 현대 한글 글꼴들이 이를 바탕으로 했으면, 최정순의 글꼴은 그보단 투박한 느낌으로 국정 교과서에서 명맥을 잇는 정도다. 그런 모습이 Akzidenz Grotesk와 얼추 어울린다고 보고 한글 이름 부분에 최정순의 원도가 바탕인 문화부 돋움체를 두었다.1 느낌이 조금은 달라도 넘길 만한 것이, 그런 점을 일부러 두니 시선을 모아주기도 하고, 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하면서 이름 부분에 생기를 불어주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회사 이름엔 산돌고딕네오1을 썼는데, 문화부 돋움체와 달리 투박하지 않고 거부감 없는 생김새로 정보를 알려주는 목적을 충분히 지켜준다.

이 명함이 어떠냐고 물어보면 디자인인가 싶을 정도라는 평이 많았지만, 그건 평가하는 입장에서 단순히 바라봤을 때나 익숙함에 철퇴를 맞았을 때의 이야기다. 회사가 곧아야 명함도 제 역할을 하며, 정보를 알리는 데 있어 원칙적이고 어찌 보면 노골적이기까지 한 이 명함을 볼수록 시선을 잡아끌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덧: 5년 만에 내 처음 명함에 적힌 내 이름의 영문 철자에 오타가 있는 걸 찾았다!

  1.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0&contents_id=5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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